📝 TL;DR (요약)
• 복귀하니 에이전트 판: 출산휴가 다녀오니까 회사가 온통 AI 에이전트 세상임. 안티그라비티 같은 툴로 수십 개 세션을 돌리다 보니 코딩보다는 ‘오케스트레이션’ 하는 관리자가 된 기분.
• 개발의 재미와 현타 사이: 예전엔 직접 디버깅하고 구현하는 희열이 있었는데, 이제는 AI가 다 해주니까 편하긴 해도 코딩 본연의 즐거움이 사라진 것 같아 좀 묘함. 그래도 생산성 하나는 끝내줌.
• 뇌 과부하 조심: 에이전트들이 쏟아내는 정보랑 컨텍스트 스위칭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음. 이거 안 쉬어주면 바로 번아웃 각이라, 운동이나 명상으로 의도적으로 뇌를 비워주는 게 진짜 중요.
• 결국 중요한 건 기본: AI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비즈니스는 사람끼리 하는 것. 본업 충실히 하면서 건강 챙기고,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능력 키우는 게 결국 살아남는 길.
출산휴가가 끝나고 정신없이 한 주가 지났다.
복귀를 하니 회사는 에이전트 세상이다. 출산휴가동안 그토록이나 안티그라비티로 놀았는데 복귀하니 사내용 안티그라비티도 나왔다 (…) 기존에도 IDE가 있었지만 이건 더 신세계라서 (특히 브라우저 컨트롤) 가상 환경에다가 이리저리 세팅해두고 그간 미뤄둔 프로젝트들 전부 세팅을 하고나니 뭐 그냥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새벽에 일찍 일어난 오늘도 정말로 정신없이 수 개의 에이전트들의 세션을 왔다갔다 하다가 이제야조금 정신을 차리고 글을 잡는다.
수 년간 나는 개발자로써 어떤걸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블로그를 시작했던 2009년인가부터 나는 계속해서 엔지니어의 길을 생각해 왔고, 요즘에는 그 방향에 대해서 더 깊게 뭔가 생각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고, 그게 아마도 조금 더 이른 새벽의 기상을 하게 만든 동기가 아니었을가 싶다.
에이전트들이 플랜도 세우고, 나는 거기서 검토만 하고 진행상황에 따라서 시간이 남게 되니 또 다른 프로젝트로 점프하거나 다른 기능을 요청하고 하다보면 내가 진행하는 컨텍스트 윈도우만 한 10개는 넘게 된다. 안티그라비티 같은 에이전트 기반 툴로 작업하면 더 없이 많아진다. 어디서는 개발시키고 어디서는 테스팅시키고 어디서는 UI검수시키고 어디서는 리서칭.. 점점 나는 코딩 한줄 안하는 개발자가 되고, 내 일은 결국 오케스트레이션이다. 어떤것을 진전시키기 위한 감독관, 관리자. 그게 지금의 내 역할이 된 것 같다.
그러다보니 몇 가지 회의감이 생기는데 첫째는 이제 코딩의 즐거움이 없어졌구나 라는 생각이다. 불과 2년전만 해도 복잡한 서버 몇 가지 실행시키고 핑퐁하면서 RPC디버깅에 성능 디버깅에 그런걸 한바탕 하고 나면 내가 발전된 느낌도 들고 아 이게 복잡한 dependencies를 다루는 ‘진정한’ 개발자의 일이구나 라는 희열을 느꼈는데, 작년부터 AI기반의 개발툴 뭐 Google AI Studio라던가 그런걸 써서 바이브 코딩을 하다보니 확실히 가벼운 웹사이트 개발정도는 대체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하반기에 SaaS를 여러개 만들다 보니 한계를 엄청 느껴서 아 이거 아직은 시기상조구나 라는 생각도 들곤 했었지만.
그러다 작년말부터 Claude Code와 안티그라비티를 접하고 나서 어떻게보면 복잡한 코드에 대한 구현은 그냥 시간문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던 복잡한 DSP관련 아이디어는 어느정도 나오고 있으니깐. 나는 Rust언어를 몰라도, Vite를 해본적이 없어도 그냥 다 돌아간다. 알아서 브라우저로 테스팅도 하고 그러니 내가 더 이상 정말 from the scratch부터 코딩하고 시스템을 갖추고 할 필요가 없다. 좋다는 시스템은 이미 다 AI가 학습하고 가지고 있는걸. 내가 뭣하러 그러나. 정말이지 10년전이 아니라 지금 내가 스타트업을 했으면 적어도 개발을 ‘완료’ 시킬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그때는 SWE하나 뽑기도 힘들고 미국에서 비즈니스 하기도 (사람때문에) 힘들었는데 지금은 뭐 제미나에에 물어보면 온갖것을 다 답변해주고 claude code가 코딩해주고 antigravity가 검증해주고 구글 문서도구니 뭐 온갖것들에서 AI가 알아서 문서생성하고 검토해주고 slide생성해주고..
이런 시대일수록 ‘개발자’라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글쎄. 마침 다음주가 회사에서 AI week라서 여러가지 서밋도 하고 그러는데 우리팀의 미팅에서 내가 얻은 느낌은 아 아무리 난다긴다 하는 엔지니어들도 AI의 발전을 그냥 단순 코더, 테스터, SQL builder정도로 인지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친구들아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약간의 뭐 planning이라던가 툴 사용법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그냥 시큰둥. 아 물론 우리는 복잡한 BL을 다루고 매출도 엄청난 것을 하고있다고 나도 안다 알아. 그런데 예전에는 미팅:개발 이 2:8 정도였다면 이젠 8:2로 축소되는 판국이 아닐까 싶은거다. (아 여기서 미팅은 에이전트들과의 미팅도 포함)
사실 나는 여러모로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아주 솔직히 말해서 나는 개발할 때 누군가 대화해서 하는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물론 시스템디자인, 하이레벨 디자인을 토의하는건 아주 좋아하지만 이제 좀 디테일한 코드에서 나보고 너 왜 그렇게 짰어? 라고 코드 스타일 가지고 태클 걸면 뭐 나도 코드스타일 좋아지고 그러니깐 예전엔 그려러니 했는데 지금은 뭐 내가 코딩했나? AI가 했는걸. 아 정말이지 초반에 매니저가 코드 가독성 (사내에서는 readability라고 부른다.) 가지고 평가했던거 생각하면.. ㅎㅎ AI가 머리가 좋아지면서 적어도 저런 이상한 실수들은 기본적으로 잡아주고, 테스팅도 잘해주고 리서치도 잘 해주니깐 솔직히 나로썬 80%이상의 daily task를 줄여준다. 사실 seniority가 붙으면서 (=나이가 들면서) 멀티테스킹이 잘 안되는게 문제였는데 (한번에 2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 못시킴) 이젠 뭐 10개도 거뜬해요..? 물론 에이전트마다 가서 검증해주고 그래야하는건 있긴 한데 내 생각엔 분명 이것도 방법론이 많아지고 좋아질꺼라 본다.
몇 가지 이런 에이전트 시대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써 혹은 어쨌건 소프트웨어, 웹 생태계에서 일하면서, 성공의 관건을 생각해본다.
에이전트 검토, 멈출때를 알기
AI에이전트 시대에 사시리 가장 중요한건 아이러니하게도 내 생각을 멈추는 때를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마치 예전의 ‘코딩중독’ 처럼 에이전트 구동을 시켜두고 다른 에이전트 돌려두고.. 이 무한 반복의 패턴. 게다가 클루드 코드나 gemini 3.0 pro같은건 왜 이리도 빠른것인가. 사실 근데 다 됬다고 얘기는 하는데 내가 평가해보기 전에는 또 모른다. 이것도 더 나아지겠지.. 여튼 아직은 뭔가 신입한테 일시키는 것처럼 매번 좀 봐주고 그래야한다. 나중에는 좀더 fine-tuned모델이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사실 무엇보다 ‘번아웃’ 이 생각보다 엄청 쉽게 올 것 같은 느낌이다. 머릿속이 과부하 되었다고 해야할까, 예전에는 코딩때문에 온갖 dependencies때문에 머릿속이 아펐다면 지금은 에이전트들이 머릿속에서 그 결과 때문에 흥분? 희열? 결과에 대한 기다림? 때문에 머리가 더 아프다. 회사에서 에이전트 몇 개를 돌려놓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보니 context switching에서 오는 머릿속 과부하가 상당하더라.
그래서 내 생각에는 주기적으로 쉬어주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엔 어차피 저녁시간에는 육아때문에 어쨌든 stop해야 하고, 주말에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므로 새벽시간 이외에는 거의 시간이 없다고 봐야한다. 약간 반강제적으로 멈추게 되는데 또 한편으로는 시간이 더 지나면 에이전트들이 좀더 똑똑해지고 알아서 생각하고 퀄리티도 좋아져서 이 context switching에서 오는 overhead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에이전트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 평생 에이전트와 씨름하면서 살고싶지도 않다. 물론 머릿속에 한두가지는 계속해서 내 ‘성공’을 위해서 띄워놓고, 생각하곤 하지만 멈추는건 정말로 중요하다. 운동, 요가, 명상, 감사일기, 육아, 모듈러 패칭 등등.. 이 모든게 사실 내겐 머릿속을 비우기 위한 일련의 작업들이 아닐까.
몇 가지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에이전트가 멀티테스킹이 가능하고, 한 작업을 하면 최대 20분정도 일할때도 있으니 사실 그 빈 시간에 나같은 사람은 새로운 아이디어, 즉 프로젝트를 수행하곤 한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 P와, 프로젝트 D에다가 시간이 남으니 머릿속에 생각하던 캐시플로 앱도 만들어보고, 내 개인 포트폴리오 사이트도 업데이트 해보고, 새벽기상 업로더 프로그램도 만들고, 블로그 자동 업로더도 만들고 등등.. 뭐 그냥 끝없이 벌리고 벌리고 있다. 뭐 내가 코딩하는건 아니니깐? 이란 생각에서 하지만 실제로 결과물을 보면 수정할께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결국 작은 프로젝트도 엄청 커지는 경향이 생긴다.
이 멀티 에이전트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나같이 좀 산만한 사람들에게 특히나 일어나는 현상 같다. 이 블로그 글을 쓰면서도 나는 에이전트를 돌려뒀고, 몇번이나 그 결과를 확인하고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 왔다갔다 했다. 하도 집중이 안되니 이 글을 다른 랩탑에서 적고 있다. 그래서 뭔가를 할 때에는 거기에 집중하는게 좋은 것 같다. 아무리 멀티테스킹이 답이라고는 해도 사람의 뇌는 한계가 있고 어떻게 보면 적어도 내 뇌는 멀티테스킹이 비효율적이다. 일기를 쓸 때에는 일기에만, 블로그를 쓸 때에는 블로그만. 그 짧은 집중이 어떻게 보면 가져오는 생산성은 훨씬 더 클 것 같다.
그래서 몇 가지 프로젝트에 집중하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중요한 프로젝트 1~2가지를 병렬로 진행하고 남는 시간에 조금 덜 중요한 프로젝트 딱 1개만 진행하는것. 적어도 나는 이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 이상 하는건 아무래도 머리가 너무나도 아프기 때문에..
다양한 툴과 모델을 사용하기
난 사실 다양한 툴을 사용하는걸 별로 안좋아하는 부류다. Intellij IDEA를 쓸때에는 사람들이 아무리 vscode를 쓰던 나는 IDEA를 썼다. 그러다 vscode로 넘어오고 나서는 다른 툴은 쳐다도 안본다. 물론 지금은 vscode가 거의 표준처럼 쓰이긴 하지만. 그런데 요즘엔 보통 AI툴들이 다 vscode를 folk하던 extension기반으로 하던 내부에서 동작을 하니 vscode만 줄창 쓴다.
그런데 또 antigravity가 브라우저에서 직접 마우스 컨트롤이 되니 좀더 깊은 유저 액션을 이를 통해 처리하게 된다. 즉, 화면단의 CUJ에 대한 테스트 및 검증. 그리고 직접적인 코딩은 claude code를 통해서 가장 좋은 모델로 처리. 그리고 좀더 깊은 생각은 뭐 notebook lm이나 제미나이랑 대화하고 그러는거다.
중요한 건 본업과 건강, 의사소통.
아무리 AI시대에 모든게 기회같고 뭐 막말로 회사를 때려치고 나와서 내것을 만들어야해! 라고 하지만 사실 현실적인 것도 직시해야 한다. 아무리 AI가 난다 긴다 해도 회사는 사람과의 관계로 만들어 지는 것이고 AI가 정책을 만들지 않는 이상 엔지니어들이 하는 것은 기능에 대해서 구현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최종적인 의사결정과정은 결국 사람대 사람의 미팅에서 이뤄진다.
나는 이걸 혼자 스타트업 하다가 회사로 넘어가면서 비로서 알았는데, 진짜 만약 회사 그만두고 스타트업 해본다 하면 그 외로움을 이겨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에 AI는 어느정도 도움을 주겠지만, 결국 돈을 내고 서비스를 사는 사람은 실제 사람이고 투자를 해주는 것도 사람이다.
결국 실질사회는 사람으로 이뤄진다. 본업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출근해서 만나는 사람들, 네트워킹, 미팅 이런게 AI가 대처할 수 있는가? 도와줄 수는 있지만 대처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실 AI에서 오는 오버헤드보다 사람을 대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보면 지금까지 쓸때없는 인간관계 줄이려고 그렇게 노력했고 그런게 아닐까.. )
그리고 나는 미국에 살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영어와 의사소통에 대한 공부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요즘엔 중국어 공부도 하고 있다. 아무리 실시간 번역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어폰을 줄창 꼽고 의사소통 할 수는 없으니깐..
마지막으로 건강. 요즘 그냥 세시반만 되면 무조건 밖에 나가서 20분 뛰고온다. 그럼 머릿속에 차고 넘치는 아이디어들이 좀 많이 정리가 되곤 한다. 운동은 체력을 좋아지게 하는것도 있지만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도 있다. 모든 AI, 사람관계 등에서 오는 오버헤드를 줄이는데 최고의 길인 셈이다.
여튼 참 긴 글을 통해서 회사 복귀하고 나서의 생각을 정리해봤다. 6주 출산휴가동안 AI를 여러모로 배워둔게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생산성도 꽤나 좋아졌고, AI툴이라는 큰 무기가 생겼다. 둘째도 나름 4시간 전후로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복귀하고 조금의 정리도 되었다. 다만 확실히, AI가 뭔가 큰 무기가 되고 여러가지로 내게 많은 생산성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 것에서 결론적으로 사회생활에서 몇 가지 내가 추가해야 할 것들이 확실히 존재함을 느꼈다.
앞으로의 목표는 일단 에이전트를 능숙하게 쓰는것과 몇몇 중요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건강.



